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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르기

보고의 형식: ~~한 것으로 보여져요.

by mareesol 2022. 2. 25.

'~일 것으로 보입니다.'

'It seems~'

보고할 때 '나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니라 It이라는 주체 안에 나를 희석시킬 수 있는' 기가 막힌 템플릿이다.

 

그런데 한술 더 뜰 수 있다. '기온이 ~~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보여지다'의 시작은 번역투인 '보입니다.(It seems)일 텐데,

종종 '이다'에 '지다'까지 더해져 이중 피동으로 '보여지다'로 쓰이고 있다.

재밌는것은 과거에는 보여지다가 이중 피동이라서 틀렸었는데, 최근 국어연구원의 검토의견에서는 사용 가능하다네..

 

그러니 현대 직장인들은 안심하고 계속 '보여지다' 뒤에 숨어도 된다.

'보여지다'는 '보이다'보다 한층 더 유체이탈한 표현이다.

 

나는 '부정적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하려고 했더니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순리가 나의 입을 묶고 굴복시켜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정해진 듯한 효과가 있다.

'부정적으로 보여집니다'하면 더 객관적이고 당연해 보인다.

 

 

직장인은 직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본인이 응당 져야할 책임이 아니라 외부 환경의 한계를 보고해야 하는 일이 많게 마련이다.

그럴 때에 내 책임도 아니지만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잘못도 없이 잘못했다고 하는 것 같다.

내가 깨질 수는 없다.

그래서 직장인은 '보여져요'를 표준 사용 표현이 될 때까지 사용했다고 전해진다.(믿거나말거나)

 

 

보여져요 

보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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