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도 감탄하면서 봤다.
북한의 공식입장문은 트래시토크로서만 봐도 걸출할 뿐만 아니라, 순우리말의 맛깔을 잘 살린다는 걸 잘 알고들 계실거다.
저 쪽엔 순우리말 증오 표현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1. 맥락에 맞게 비틀어 폄하하기
“희대의 부정부패 왕초이자 동족 대결광인 이명박의 사환꾼들,
사람 잡이로 파쇼 독재 세력의 손발이 돼 왔던 검찰 출신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모독해 막말 제조기로 지탄 받은 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자들이 국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5년 동안 주인 행세를 하겠다니 참으로 ‘망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두구두구두구..)
'사람잡이'다.
권력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살인이라며 참담해하고 강도 높게 비판할 때, 남한 사람의 상상력이야
'살인자', '정치검찰' 정도의 온건한 표현에 머무를 것이다.
잡이
- ‘무엇을 잡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무엇을 다루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무엇을 할 만한 상대.
- 민속놀이나 전통 음악에서 기술이나 재주, 장단 따위를 이르는 말.
'살인자'는 그래도 사람 취급이다. 저지른 자의 죄가 이례적이고, 놀랄만한 일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람잡이'에서 '잡이'의 뜻은, 무엇을 맡아 하는 기능의 단위로 떨어진다. 그러니까, 살인자보다 생계로 계속해서 그 일을 해먹고 산다는 의미가 있다.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거다.
'-잡이'는 각종 도구나 기술 단어와 결합하여 무형문화재를 일컫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감이 덜 와닿지만,
조선시대엔 기술직을 천대했다는 배경을 떠올려 보면 '한갓 알량한 재주', 그것도 사람 잡는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격하한 것이다.
검찰집단은 고도로 교육받은 화이트컬러중에서도 최고 엘리트인데, 사람잡는 짓을 하고 있으니 그에 걸맞는 격하 표현을 써 주겠다는 것일까. 아무튼 개 빡칠 수 있도록 우리말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에서 경탄이 난다.
2. 플롯
플롯 또한 인상적이다.
집(청와대)을 옮기느라 정신없게 군다는 서문(새로 입사한 집의 명판을 어떻게 달겠는가 하는 문제로 무척 모대기고 있다(괴롭거나 안타깝거나 해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움직이다))부터, 그 집의 이름은 이게 좋겠다며 수미쌍관의 모독으로 정점을 찍으며 한번 때린 뺨 두번 때리기까지..
3. 총평
전반적으로 조어가 매우 간결하고 의미면에서는 집중도가 높다.(예: 망한민국, 동족 대결광, 막말제조기, 사람잡이)
무엇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다(.....) 과격한 쓰임도 괜찮을 경우(?)에는 일상에서 써볼 만한 것도 있는 듯.
이런 조어를 잘하려면 한국어 어원의 유래와 격, 용례를 잘 알아야 하니 감탄스럽다.
시간이 나면 직업을 뜻하는 의존명사(꾼, 장이, 잡이)를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람 잡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낸건 정말...천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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